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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북리뷰

애덤 투즈의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by 아브라™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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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가 애덤 투즈의 <붕괴 : 금융위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정치경제사를 다룬 역작입니다.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2008년 9월 16일 화요일은 이른바 "리먼브라더스 사태 다음날"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남아도는 시간에 1,000 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에도 기죽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보기 시작했는데, 대출기간 2주간으로는 역부족이었고 1주 연장하고도 완독하지 못하고 결국 '대출정지 회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서야 겨우 다 읽었습니다.

 

<붕괴>는 2019년 6월 24일 번역 출판되었는데 제가 보고 있는 책은 2019년 7월 15일자 1판 3쇄입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도 단기간에 3쇄를 찍을 만큼 독자들의 수요가 많았다는데 조금 놀랐습니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책은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번역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애덤 투자가 감사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붕괴>는 예일대학과 칼럼비아 대학교 학부 과정에 맞춰 기획된 저작물인지라 여느 교양서적과는 결이 조금 다른 서적인데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뉴욕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그 어느 때보다 경제와 금융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을 모르고 열심히 일만 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었던 때가 행복한 시대가 아니었나는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에서 인기를 예상이라도 한 듯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표시합니다. 한국의 독자들이 <붕괴>를 읽고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스스로 갈 길을 찾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나는 한국의 독자들이 <붕괴>를 단순히 역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국처럼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의 물결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여타의 서적과 이 책이 가장 다른 점은 경제현상 이면에 작동하고 있는 '민주적 정치와 자본주의식 통치'의 역할에 방점을 찍어 금융위기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정치 위기를 불러왔고 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극우 정파가 득세하고 유럽의 온건 좌파가 몰락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관점은 서구사회에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배경이 되었고 이는 결국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정치적 이단아였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대선 때 최순실 게이트가 없었다면 보수우파가 집권하는 상황이 연출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두 번째로 <붕괴>가 도드라지는 부분은 2008년 금융위기를 '달러를 기반으로 한 북대서양 은행 시스템'의 위기로 파악한다는 점입니다. 세계 교역의 흐름을 각 국가경제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여러 다국적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사슬'로 이해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신현송의 거시금융론에 입각한 분석으로 보입니다.

 

"국제결제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거시금융론'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사상가들 중 한 사람인 한국 출신의 신현송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계 경제를 국가간 경제 또는 국제경제의 상호작용이라는 "섬 모형(island model)"의 관점이 아니라 은행 간 기업의 대차대조표인 "서로 맞물리는 구조"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31쪽)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사가가 한국 경제학자를 추켜세우니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저자는 "서로 맞물리는 구조"안의 핵심 구성 요소인 거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대략 100개 개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들이 금융위기를 일으킨 나쁜 세력들인데, 앞으로 아마 그러하리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붕괴>는 한국적 상황을 다른 어떤 서적보다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2400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고와 재정 흑자를 이어가는 탄탄한 경제기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유별나게 한국만이 2008년에 가장 위기에 몰렸던 이유를 분석한 저자의 글들은 잘 새겨두어야겠습니다.

 

저자가 두려워하듯이 또 10년만에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의 배경과 그로 인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지형과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가늠해보는데 많은 통찰을 던져주는 역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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