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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북리뷰

초기업의 시대, 그들은 어떻게 거대 독점기업이 될 수 있었나?

by 아브라™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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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준범의 <초기업의 시대>는 아마존과 구글 등 세계 유수기업과 네이버와 카카오가 어떤 전략으로 오늘의 대기업이 되었는지를 역대 반독점 소송의 판결문을 통해 살펴본 재미있는 책입니다. 한 마디로 독점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뉴욕대학에서 경쟁, 혁신 및 정보에 관한 법을 전공하면서 독점기업들을 파기 시작했고 그들의 독점 전략을 정리해 <초기업의 시대>에 담았어요. 저자에 따르면 독점의 시작은 '록펠러'에서 시작됩니다. 네, 자선사업으로 유명한 그 유명한 '존 록펠러'가 맞습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록펠러는 16세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1859년 석유가 발견되자 정유업에 뛰어들어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했습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호황을 누리던 19세기 후반에 미국의 석유 시장을 완전히 독점한 회사가 되었지요. 

 

록펠러는 어떻게 미국의 석유시장을, 전 세계의 석유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을까요? 저자에 따르면 록펠러는 "회사를 나에게 팔고 가족의 생계를 지키든지, 아니면 나와 경쟁하다가 파산해서 거지가 되든지"라는 모토 하에 단 4개월 만에 클리블랜드의 경쟁 정유업자 26개 중 22개를 합병했고 나머지는 파산하게 되었다고 해요. 

록펠러가 정유업계 독점기업이 되기 위해 쓴 전략은 거칠게 정리하자면 '무자비한 가격 후려치기로 경쟁기업을 고사시키는 작전'이었습니다. 경쟁기업이 힘이 빠지면 인수를 하거나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전략이라고 할 것도 없는 전략이었죠. 이 전략은 오늘날에도 무수하게 반복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록펠러는 그 여세를 몰아 피츠버그, 볼티모어, 뉴욕의 정유회사도 장악하고 마침내 1882년, 석유 생산, 정유, 운송, 공급 등을 하는 41개의 회사를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는 '스탠더드오일 트러스트'를 결성하여 거대 독점 제국을 완성하게 되었고 록펠러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독점기업을 만들었던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의 전략은 그 후 세계 유수의 초기업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3M, 아마존, 퀄컴, 구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초기업들이 경쟁기업을 짓밟기 위해 쓴 온갖 전략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어요. 마이크로소프와 IBM은 익스플로러와 MSN 등을 '끼워 팔기'로, 3M은 '묶음 팔기'로 경쟁업체를 고사시켰죠. 담배 제조사와 라면 제조사는 과점 지위를 이용해 오랫동안 가격 담합을 하기도 했죠. 심지어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을 담합했을 정도니까요.

 

이러한 행위들은 반독점법 위반으로 법의 철퇴를 맞기도 했으나 초기업들은 예나 지금이나 경쟁기업의 숨통을 조이며 고사할 때까지 짓밟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할까요?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그 사이에 그들은 이미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경로의존성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고 독점하면 그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웬만해서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 경로의존성이랍니다. 카톡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다른 서비스로 웬만해선 갈아타지 않겠죠. 그래서 초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경로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예요.

 

저자 천준범은 오늘날의 초기업들이 기술과 혁신만으로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록펠러는 리베이트를 통해 석유를 싸게 팔면서 경쟁 회사가 견디지 못하고 퇴출할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리는 마법의 인내심을 발휘했다죠.

 

그로부터 100년 후에 나타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의 인내심은 록펠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해요.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고, 경쟁자가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제프 베이조스의 특기란 말이죠.

 

제프 베이조스는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 강의에서 "모든 것을 모두에게, 어디서나 파는 것 Sell everything to everyone everywhere"이 아마존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해요. 어째 느낌이 쎄하지 않나요? 이보다 더한 독점에 대한 아포리즘도 없을 것 같아요. 세상의 어느 한 기업만이 모든 것을 모두에게, 어디서나 파는 세상이 오면 그건 아마 SF가 묘사하는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을까요? 세상을 혼자서 다 먹겠다는...

 

이제 세계의 초기업들은 어느 한 영역의 독점기업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독점기업이 되고자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록펠러는 "소비자들에게 석유를 싸게 파는데 도대체 무슨 문제야"라고 생각했겠지요. 오늘날의 초기업들도 '싸게, 더 싸게'를 복음처럼 외칩니다.

 

글쎄요. 제품을 싸게만 파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지, 기업에게 이득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천준범의 <초기업의 시대>(2019)는 독점기업들의 전략을 돌아보고 그들이 성장한 흑역사를 통해 미래를 비추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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